5월 9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예수님 시대에 로마 제국이 자부한 ‘Pax Romana'(로마의 평화)는 전쟁이 없는
안정과 번영의 시대를 뜻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바쁜 나날이
지만 경제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날 때 평화롭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무언
가를 벗어남으로써 얻는 소극적인 평화는 쉽게 깨집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참혹한 수난을 눈앞
에 두신 분께서 주신다는 그 평화는 대체 무엇입니까? 요한 복음서에서 “평
화“라는 단어(그리스 말 ‘에이레네’)는 여섯 번 나옵니다. 세 번은 주님께서 당
신의 수난과 제자들의 고난을 예고하실 때(14.27; 16.33 참조), 또 세 번은 부
활하신 뒤 문을 잠그고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실 때 나옵
니다(29.19.21.26 참조). 이처럼 주님의 ‘평화’는 언제나 그분의 ‘현존’과 함께
그분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걱정과 두려움은 시시각각 우리 영혼을 파고듭니다. 그러나 ‘세상의 우
두머리는 나에게 아무 권한도 없다.’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일상의 그 어떤
억압과 불안도, 내 속을 집요하게 헤집어 하느님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어둠
도, ‘주님과 함께 있는 나’를 절대로 어찌하지 못한다는 그 믿음과 당당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돌을 맞아 초주검이 되었다가 겨우 살아나고
도, 두려움에 무릎 꿇지 않고 용기와 확신으로 주님의 일을 계속한 바오로
사도처럼 말입니다(제1독서 참조).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확신으로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는 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주님을 닮아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일입니
다. 평화는 세상이 주는 것도, 내가 획득하는 무엇도 아닙니다. 평화는 누구
도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입니다. ⊕
-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